그런데 이번에 우리나라의 제약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주) (이하 코오롱)'에서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 (Invossa™) (이하 인보사)'가 국내외 제약계에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우리나라 식약처와 미국 FDA에서의 임상을 진행, 2018년 7월에 우리나라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음과 동시에 미국 FDA로부터 임상 3상 단계 허가를 받아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듯했으나, 이 과정 중 실시된 유전학적 계통 (STR) 검사 (이하 STR 검사)에서 약 안에 무허가 세포가 포함된 것이 밝혀져, 투약을 해오던 환자들에게 큰 실망과 걱정을 안김은 물론 신뢰와 평판 면에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임상 3상? STR 검사?
여기서 ‘임상 3상’과 ‘STR 검사'란 무엇일까요? 약을 시판하기 전, 회사는 쥐나 원숭이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실험 이후,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합니다.
그 뒤, 헬싱키 선언에 근거한 도덕적 규정과 국내 임상시험관리 기준 및 국내외 관련 규정 (예: ICG-GCP의 ‘올바른 임상 관행 - Good Clinical Practices’ 등)에 따라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식품의약국 FD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공신력이 있어, FDA의 임상 실험에 통과하는 신약은 사실상 어느 나라에서든지 약 출시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 FDA의 임상 실험은 제품 허가 전까지 네 단계에 나뉘어 진행되는데요.
3상 임상시험까지 모든 단계를 통과하게되면 그다음인 NDA/BLA 단계에서 승인을 받는 데에는 85.3%의 성공 가능성을 기록할 정도로 보통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코오롱은 이 임상 3상을 위해 2001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심기일전 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STR (Short Tandem Repeat) 검사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자 검사'를 가리킵니다.
암과 같은 질병에 대한 연구에서는 조직 표본의 출처 확인, 세포주 인증, 조직 또는 세포 혼합물의 검출, 쌍생아 접합자의 구조 결정 및 유전적 변이 추적과 같은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분석법입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결정적 요인을 제공한 단계이기도 하죠.
현재로서의 미국 FD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품목은 STR 검사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의 위탁으로 각기 다른 종류의 유전자 치료제를 생산할 경우에는 치료제 간 유전자 혼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STR 검사가 필요하며, 또한 타사의 치료제를 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할 경우에도 이 검사가 필요합니다.
코오롱의 경우 국내에서는 계속 충주시에 소재한 회사 전용 공장에서 개발 과정을 거쳤으므로 STR 검사가 필요 없어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CMO) 업체가 생산한 세포를 썼기 때문에 이를 STR 검사에 부쳤고, 바로 여기서 허가 시 제출되었던 문서에 적혀있던 연골세포와는 다른 신장세포가 발견이 된 것이죠.
”인보사는 어떤 약인가요?”
네, 꼭 필요한 질문이죠.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무릎뼈를 감싸고 있는 연골은 많이 쓸수록 닳게 되어 나중엔 뼈와 뼈가 맞닿게 돼 통증을 유발합니다. 이 통증을 줄이기 위해 전통적으로 단순진통제 및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관절 내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사용되어 왔지만,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는 위장관 장애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가, 그 외에 스테로이드제는 전신부작용, 반복 주사 시 연골 파괴, 감염 위험 등이 따라 장기적 호전에 도움이 될 치료제는 없었죠.
그러던중, 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데다가 장기적으로 통증을 감소시키고, 연골까지 재생시키는 유전자 치료 주사제 인보사가 등장하게 됩니다.*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된 사람연골세포 (HC) 1액과 연골세포 성장 인자인 티지에프베타1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 (TC) 2액이 3:1 비율로 구성된 약이었죠.
이 주사를 맞기 위해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환자들도 있었을 정도로 전세계에서 획기적인 치료제로 인식되어왔던 것에는 틀림이 없어보였습니다.
허나 올해 3월 29일, FDA가 STR 분석 결과를 발표합니다. 국내 식약처에서 허가된 내용과 다른 성분이 형질전환세포 (TC) 2액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죠.
앞서 말했듯이 이 2액에는 1액의 촉진 매개체를 하고 투약 후 2주 후에 사멸이 되는 티지에프베타1 (TGF-β1)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바로 이 부분에서 연골세포 용액이 사용되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신장세포 (GP2-293)를 사용한 293유래세포 용액이 발견된 것입니다.
문제는 바로 이 293 유래세포에 있었습니다.
293 유래세포의 기원은 HEK-293 세포로서, HEK-293은 유산된 태아의 신장 세포를 채취해 형질을 전환한 것으로, 암세포와 같이 무한 증식이 가능할뿐더러 생명력도 정상 세포에 비해 끈질기며, 무엇보다 염색체 불안전성을 일으켜 종양 유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93 세포가 체내에 주입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경악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미국 NCBI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에서 찾아볼 수 있는 'HEK-293: 세포 생물학 및 암 연구' 자료에서도 역시 "... HEK-293 세포의 종양 형성 가능성은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 and tumorigenicity of 293 cells are still debated)."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뒤바뀌게 된 건가요?”
바로 분리 정제 때문이었다고 식약처는 말합니다.
연골세포에 넣을 TGF-β1 유전자는 레트로바이러스 (Retrovirus)에 삽입한 뒤 신장세포(GP2-293)를 감염시켜 대량생산합니다. 신장세포 (GP2-293)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부위의 세포보다 바이러스 감염이 잘 되고 생산율이 높기 때문인데요. 생산된 바이러스는 신장세포로부터 배양액으로 나와, 이 배양액을 연골세포에 뿌리면 연골세포가 레트로바이러스 (Retrovirus)에 감염되고, 이 안에 있던 티지에프베타1 (TGF-β1) 유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코오롱 측에서도 “신장세포로부터 유전자만 분리 정제하는 과정에서 신장세포의 일부가 혼입되어 문제를 일으킨 것” 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회사에서는 어떻게 입장을 밝혔나요?”
코오롱 측에서는 이번 달 10일에 밝힌 입장문에서 “임상부터 개발까지 모두 같은 성분으로 한데다 최초 임상실험 후 현재까지 11년간 안전성이 우려될 만큼의 부작용이 발견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안전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는 것은 여전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종양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형질전환세포는 무엇이든 종양원성이 있으므로 FDA와 식약처의 권고에 따라 방사선 조사를 통해 위험을 없앴다”고 재차 강조했죠.
간단히 말해, 티지에프베타1 (TGF-β1)만을 뽑아서 투액을 했어야 하지만, 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더라도 293세포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해, 1액의 연골세포는 그대로 두고 2액의 티지에프베타1 (TGF-β1)과 다른 세포는 방사선 조사를 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방사선 조사는 세포의 능력 자체를 상실하게 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현재 상황과 추후 계획
지금, 가장 큰 걱정을 안고 있을 사람들은 바로 인보사를 투약해온 환자들입니다. 현재 투여환자는 총 3,400여명으로 식약처는 그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올해 내 이상 반응 여부를 판단하기로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또한 인보사를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투여 환자들을 위한 전담 창구를 마련하며 모든 환자가 올해 10월까지 지연성 이상 반응, 활력 징후 등의 모니터링과 혈액 검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15년간의 장기추적검사를 통해 이상 반응 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4월 15일 식약처는 중간고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인보사를 투여한 후 이상 반응이 조금이라도 일어난 경우, 즉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1644-6223)으로 신고, 또는 식약처 (1577-1255)로 문의하세요.
식약처가 내세운 제2의 인보사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세포관리 강화를 위한 '인체 세포 등 관리업' 신설. 세포의 채취부터 처리, 보관, 공급 단계별 안전 · 품질관리기준 마련
✓ 앞으로 모든 세포에 대한 STR 검사의 의무화
✓ 이후 업체의 주기적인 유전자 검사 의무화 및 사후관리 강화 방침
또한 이번 문제에 대해 법조계는 소송에 참여할 뜻을 보인 80여명을 시작으로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 중 손해배상 공동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에 있으며 코오롱 측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 올해 5월 중순 소송전이 있을 것으로도 보입니다.
또한 4월 1일 자발적 유통 중지를 신청하고 STR 검사를 확보한 코오롱 측은 5월 중순 FDA와 대면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인보사는 현재 완전히 시판이 중단된 상태이며, 이번 사태는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 그리고 어느 약이나 치료 방법이 되었든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 할 때는 언제나 '환자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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